[ 부부산책이야기 ]
20190106 대학로 연극 관람 "그대를 사랑합니다" 오박사네 왕돈가스
[ 1 ]
아무리 곱씹어 생각해 보아도...
아빠는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나셨다... 52세 셨으니...
아빠보다 부족한 것 너~무 많은 내가 더 오래 살아있다는 게... 너무너무 죄송스럽다
(사진 왼쪽)은 우리 신혼 때... 나와 아내, 막냇동생... 그리고 아빠!... (사진 오른쪽)은 물론 아빠! 다
스캐너 품질이 안 좋을 때 연습 삼아 스캔해 본 몇 장의 사진 중 하나이다
좋은 스캐너가 구해지면 앨범의 그 많은 사진들 스켄해 둘 생각이다
연습 삼아 몇 장 해 둔 것이 있었는데... 다행히 거기에 아빠 사진이 있었다
아빠는 떠나실 때까지... "암"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셨다
살모넬라균에 의한 병이라고 하셨는데... 살모넬라균은 식중독 균이란 걸 나중에야 알았다
가족 중 아무도... 특히 장남인 나도... 아빠의 설명 이상으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빠는 아는 게 많으신 분이니까... 잘 알아서 하시려니 싶었던 게다
아빠가 병원에 가실 때, 한 번도 같이 가본 적도 없다. 엄마까지도 그러셨다
혼자 슬쩍 다녀와서는 약봉지를 들고 다녀왔노라고 하셨다
그렇게 가족들 앞에서... 웃음을 잃지 않으신 채로... 혼자... 병마와 싸우고 계셨다
아빠가 진단을 받으셨을 당시...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아셨던 게다
가족들이 심각성을 인식하고... 아빠를 입원시키고.. 수술을 하고자 했을 때는... 더 늦은 상태였다
아빠의 눈빛은 수술을 원치 않으셨다... 시집간 딸이 그랬다
"가족들의 가슴에 평생 한으로 남을 거라고... 그때 했더라면 조금 더 사셨을 수도..."
아빠는 그 말에 무너지셨다... 지금 생각하니... 나도 나이를 먹어보니... 그때 아빠의 눈빛이 그러셨었다
"그래 너희들을 위해... 마지막 효도를 받겠노라"라고... 그 뒤로... 2번의 큰 수술을 견디셔야 했다
하긴... 그 수술 덕분에... 1년 가까이... 우리 곁에 더 계셨을 수도 있었을까?
더 쉐약해 지신 아빠는 당신이 사랑하는 집, 당신의 자리로 돌아오셨다
감사하게도... 아시는 분... 동네 사람들... 친구분 들... 모두 만나셨다
교회에서도 3번이나 오셔서 예배를 드리셨고... 모두 다녀가셨다
마지막 떠나시던 날...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앉았는데... 그래도 가족들은 때때로 웃고 있었다
슬픔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듯... 덤덤하니... ... ... 이별할 준비가 되어서였을까?...
아빠 옆에 앉아서... 메말라가는 입술을... 립크린으로 몇 번이고 적셔주고 있었다
불현듯 입술이 아닌 입 안을?... 물을 조금 흘려드렸는데 잘 드셨다
방 건너에 있는 바니 드롭프스가 눈에 들어왔다... 얼른 가져다 입에 넣어드렸다
입 안에서 이리저리 굴리며 녹이시는 듯했는데... 잠시 후... 와다닥 씹는 소리가 났다...
어! 맛있게 드시네?... 사탕을 더 찾았는데...
아쉽게도... ... 많~이 아쉽게도... ... 그게 마지막 사탕이었다
아!~~~ 밤 12시를 넘어가는 시간이었고... 나는~~~ 자리를 뜨기가 두려웠다...
그렇게 잠시 후... 내 손을 꼭 잡으신 채로... 우리와 이별을 준비하고 계셨다
나는 직감적으로 알아차렸고... "이제 가시려나 봐~"... 가족들을 급히 불러 모았다
엄마가 찬양을 시작하셨다... "나의 갈 길 다 가도록 예수 인도하시니..."
1987년 2월 26일 01시 35분...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가셨다
그 뒤로... "바니 드롭프스"는... 내가 애써 외면하는... 가슴 아픈 "사탕"이 되었다
[ 2 ]
지난 11월 21일 밤... TV를 보는데... 벌써 오래전부터 화제가 되어 있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연극 이야기가 등장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이쁜 딸이 그랬다... "두 분이 다녀와요~ 예약해 드릴게"
말려볼 틈도 없이 아내는 쾌재를 불렀고... "언제로 할까?" 급속도로 예약이 진행되었다
나는 "이순재 정영숙"님 출연하는 날?"을 원했고 그래서... 2019년 1월 6일(주일) 오후 18:00가 정해졌다
나는 이순재 선생님을 참 좋아한다... 과거 인연이 쪼끔 있다
아빠와 어떤 인연이신지는 잘 모르나... 아빠가 일하시는 사무실에 가끔 들리셨고
아빠와 나이가 같으신 두 분은 "생일이 누가 빠르니" 하며 농을 하시곤 하셨다
아빠가 "아들"이라고 날 소개하셨는데... 뒷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고 어깨를 토닥여 주셨다
그 뒤로도 두어 번 더... 거기서 뵈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거기에서나... 화면 속에서나... 늘 똑~ 같은! 목소리인지라 괜스레 정겹게 들리곤 했었다
아빠가 떠나신 뒤로...
아빠 나이를 쉬 가늠하기 어려울 때마다... 나는 이순재 선생님을 떠올리곤 했다
살아 계시다면 저분 나이 이 실 텐데... 하며 아쉬움을 달래곤 했다
그래서 그랬을까?... 그 이후로... 이순재선생님이 아빠처럼 여기지고...... 그랬다!... "대발아!~"
[ 3 ]
당일 "주님의 날"... 아내는 아침부터 들떠있었다
신혼 때 "깨진 항아리" 이후 연극은 처음이라며 흥분했다
결혼한 해 가을... 10월 중순쯤... 대학로 "샘터 파랑새 극장"에서였다
지금은 제목만 남아있는 그 기억을 되살려 주기 위해 검색을 좀 해 보았다 "검색의 위대함"
오후 예배를 마친 후 바로 출발했다
섬기는교회~역곡역~종로 5가에 내려 산책이 시작되었다
"한국 기독교 100주년 기념관"에도 들렸다
대통령이 참석한... 나라를 위한 조찬기도회 장소도 설명해 주었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도 거닐어 보고... 아르코미술관 전시도 둘러보았다
시간에 맞추어 "아트원씨어터 공연장으로 갔다. 예매를 확인하고 좌석표를 받았다
연극은 상당히 재미있었고 그 감동 또한 대단했다
이순재 정영숙 님의 연기를 바로 코 앞에서 보는 즐거움 또한 대~단 했다
옆에서 눈물 한방을 닦아내는 아내가 참 예뻤고... 나는 행복했다
미리 공언한 바... 나는 예전에 먹어 본 바 있는... 맛있는 왕~돈가스를 먹으러...
혜화동 로터리를 돌아... 조금은 옛스러운 길을 지나고 과학고 언덕을 오르면 서울 성곽 아래...
오늘의 목적지 "오박사네 왕돈가스" 집이다 (스포 절대 아니고 내 돈 내산 임)
아내는 상당히 맛있어 하긴 했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질리는지 꽤 남겼다
돌아 내려오는 길... 편의점 앞에서... 평소엔 잘 안 먹던 콜라를 원했다
오늘 저녁은 실패인 것 같다고 했더니 콜라를 입에 문채로 손사래를 쳤다. 귀여버!~
날씨가, 바람이... 귀가 시려울 정도였으나... 우린 재잘거리며 걸었다
성균관대학교~창경궁 홍화문~종로 4가~청계천과 두루미~종로 2가 보신각~종각역까지...
"그대를 사랑합니다"... 연극을... 아마도... 두 번은 더 보았지 싶다
그렇게 오늘도 부부산책이야기 한 편을 탈고했다
[가는 길] 섬기는교회~1호선 역곡역~종로5가 [오는 길] 1호선 종각역~소사역~집
[산책길] 종로5가역~기독교100주년기념관~마로니에공원~아르코미술관~아트원씨어터 1관~
오박사네왕돈가스~성대~창경궁홍화문~청계4가~청계천~종로2가 보신각~종각역 (8.2Km)
들으시는 찬양은
아빠의 찬송... "여러해 동안 주 떠나" - 구미시립합창단 입니다
학창시절... 어느 주님의 날 저녁
뒤에서 조금 늦으신 어르신들을 자리로 안내하고 있는데
이미 약속에 되어 있으신 듯... 자연스럽게 아빠가 앞으로 나가셨습니다
그리곤 특송으로 부르신 찬송이 "여러 해 동안 주 떠나" 입니다
저는 그 자리에 얼어 붙었고... 큰 감동과 은혜를 받았습니다
그 뒤로 나에겐 소중한 "아빠의 찬송"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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